울창한 나무가 우거진 제주의 숲길.
이곳에서 최근 잇따라 도난 사고가 일어나고 있습는데요. 이 숲길에 숨은 도둑의 정체를 밝혀보겠습니다.
먼저 도둑 맞은 피해 물품부터 살펴보죠.
제주의 한 골프장에서는 30만 원 현금이 든 지갑이 사라졌고, 휴대전화부터 김밥 같은 음식도 없어졌습니다.
도난 사고 발생 지역은 한라산 동쪽, 사려니숲길과 인근 골프장에 집중됐는데 '검은 도둑'을 봤다는 목격자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김병기 / 골프투어업체 팀장]
"지갑도 가져가기도 하고 물고 갈 수 있는 건 다 가져가요. 물건 같은 거 밖에 전혀 내놓지 않죠."
범행을 저지른 도둑으로 지목된 이의 정체, 바로 까마귀인데요.
사진을 보시죠.
사려니숲길, 까마귀가 탐방객의 배낭을 노리고 날개를 펼쳐 접근하는 모습도 포착됐습니다.
지난달, 제주도청 신문고에는 "숲길을 걷던 중 까마귀가 아내의 머리를 치고 달아나 다쳤다"는 글도 올라왔는데요.
사실 "까마귀 고기 먹었냐"는 비유와 달리 까마귀는 높은 지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뉴질랜드 연구진의 실험을 보시죠.
유리 시험관 안에 고기를 넣었더니 까마귀가 돌을 넣어 물 높이를 높이더니 고기를 꺼내 먹는 데 성공했습니다.
지능의 지표가 되는 '자기 통제 능력' 실험에서는 큰까마귀가 침팬지와 함께 100% 성공률도 보였습니다.
그렇다면, 지능이 높은 까마귀가 왜 사람에게 달려드는 걸까요.
[강창완 / 한국조류보호협회 제주도지회장]
"(과거에는) 점심 먹거나 남은 먹이를 주고 그랬었잖아요. 학습이 영향을 준 게 아닌가 싶고요."
탐방객에게 먹이를 받아먹던 학습된 경험 때문이라는 건데요.
조류학자들은 "까마귀가 호기심이 많아. 지갑 같은 물건을 가져갈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제주도청은 피해가 접수된 사려니숲길 인근 까마귀 무리를 그물로 포획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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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희 기자
with@donga.com
연출·편집 : 황진선 PD
구성 : 박지연 작가
그래픽 : 임솔, 장태민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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